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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최종 변경일자: 2015-11-26 23:48:03 Contributors

論文
thesis; dissertation; article; paper[1]

뒤집으면 곰국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배고프면 논문을 뒤집어 몸보신을 한다.
한줄로 요약하면 대학의 존재 의의.
그리고.. 일단은 써보고 이야기하자.[2]

무엇에 대해 논문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볼 수 있는가 내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움베르토 에코,『논문 잘 쓰는 법』,김운찬 역,열린책들,2001,p 75

목차

1. 개요
2. 논문을 쓸 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규칙
3. 논문의 종류
3.1. 학위 논문
3.2. 학회 논문
3.3. 학술지 논문
4. 각 입장별 논문의 의미
4.1. 4년제 대학 학부생
4.2. 교수
4.3. 한국 정치인
4.4. 고양이
5. 대학원생
5.1. 문과
5.2. 이과

1. 개요

자신의 학문적 주장 혹은 가설을 적합한 절차와 형식에 맞추어 이론적으로 논증하거나 재현 가능한 실험결과/통계분석으로 입증하는 글. 학문적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표로 꼽히며, 오늘날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문연구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방식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와 관계없는 사람이 보면 이해가 힘들지만 인용하는 자료로서는 높은 가치와 권위를 인정받는다.

기본적으로 관련 학계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이기 때문에, 그 학계에서 통용되는 규칙에 따라 써야 한다. 때문에 아무리공부 잘 하고 글 잘 쓰던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통 4년제 대학에서 1학년 때 교양필수로 듣게 되는 대학국어, 글쓰기, 작문 등등의 과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논문 쓰기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와있다. 개중 인문학 계통의 대학원생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책은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법』이란 책이다. 논문 주제 정하는 법부터 참고자료 선택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논문 쓰기의 ABC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으므로, 인문학 관련된 논문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읽어야 할 책이다.

보다 최근에 나온 지침서를 읽고 싶다면 시카고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했던 『영어논문 바로쓰기』라는 책도 참고할 만 하다. 이 책은 영미권에서 널리 쓰이는 논문 양식인 소위 '시카고 매뉴얼'에 맞춰 쓴 논문 지침서인데, 논문 작성 과정에 대해 『논문 잘 쓰는 법』보다 더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여담으로, 이 글자를 180도로 뒤집으면 '곰국'이 된다. 그래서 이를 이용한 유머도 있다. 굉장히 난해하고,읽기가 어려운데 여기에 논문을 해석하는 방법이 쓰여있다. 논문이니 반쯤 웃어넘기면 된다.

일단 읽는데 익숙해지면 재미있다. 또 잡다한 저수준 교양서를 잔뜩 읽는 것보다 훨씬 낫다.

논문의 모든 내용이 "Get me off Your Fucking Mailing List." 로 가득한 논문(?)도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고.

위키러 여러분도 클릭 한번으로 논문을 쓸 수 있다!(…) SCIGEN이라 이름붙은 이 사이트는 저자 이름만 아무거나 넣고 생성 버튼을 누르면 실제 컴퓨터과학 분야의 논문들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관용적 표현, 문장들을 한데 섞어서 그럴싸하게 가짜 논문을 만들어낸다.

2. 논문을 쓸 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규칙

첫째, 어떤 주장을 하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 논거를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논거 제시는 보통 인용 및 주석 처리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이 쓴 자료의 내용을 참고했을 때는 물론이고 자신이 이전에 썼던 논문의 내용을 다시 언급할 때도 반드시 주석을 통해 그 자료의 서지사항을 밝혀줘야 한다. 이런 것을 지키지 않으면 동료들이나 지도교수에게 가차없이 털리는 것은 물론이고,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서는 표절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것에 주석을 달아야 하다 보니,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데보다 주석이 제대로 달렸나를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도 하는 듯[3].

둘째, 논문은 각 전공 분야별로 정해진 엄격한 형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 이 형식은 논문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깐깐하다. 예를 들면 참고문헌 제시할 때 각 서지사항(저자 이름, 논문 제목, 발표 연도 등)을 구분하는 기호로 쉼표를 쓰냐 마침표를 쓰냐, 괄호를 치냐 하는 문제까지도 미리 규정되어 있다.하지만 엔드노트가 출동한다면? 엔!드!노!트!

이 형식들은 각 학계별은 물론이고 학교별, 학과별, 심지어 학과 내 세부전공별로 조금씩 다 다르기 때문에, 자기가 속한 학계의 논문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도 상당한 일이다. 실제 논문을 쓸 때도 자신이 논문 형식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계에서 논문 형식 못 지키는 사람은 학자로서의 기본도 안된 사람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도 없다.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때는 논문 형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몇 배로 늘어난다. 대부분의 학회들은 자기네 학회만의 독특한 양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같은 논문을 여러 학회에 투고하려면 각 학회가 제시하는 형식에 맞춰서 다 수정해줘야 한다. 교수는 걱정할 거 없다. 대학원생한테 맡기면 된다.

3. 논문의 종류

세부적으로는 학위 논문, 학회 논문, 학술지 논문 등으로 나누어진다.

3.1. 학위 논문

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 즉 졸업을 위해 학교에 제출하는 논문을 말한다. 그래서 졸업 논문이라고도 한다. 학위 과정에 따라 학사 학위 논문, 석사 학위 논문, 박사 학위 논문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 중 학사 학위 논문은 논문으로 취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꼭 대학생이 흔해져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학생이 엘리트로 취급되던 195,60년대에도 학술지나 교양지 같은 곳에서 '우수 석사 학위 논문'이 실린 적은 있지만 우수 학사 학위 논문이 실린 적은 없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보다는 대학 제도 상에서 '학부생'이란 학계 인사, 곧 학자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더 가깝다.

석사 학위 논문과 박사 학위 논문은 학술 정보로서 인정된다. 특히 박사 학위 논문은 해당 학위를 받은 사람이 자기만의 영역을 갖춘 '학자'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보증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계속 학계에 있을 사람에게는 명함과도 역할을 하는 것이 박사 학위 논문이다.

석사 학위 논문과 박사 학위 논문은 대학 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에 보존된다. 애초에 학위 논문 제출과 국립 도서관에 납본하는 절차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학위 논문은 해당 논문의 저자가 비공개로 설정하지 않은 이상 RISS에서 무료로 열람 및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3.2. 학회 논문

각 분야의 학회의 발표회에서 발표하기 위한 논문이다. 학회에 논문이 채택되면 학회장에 모인 다른 연구자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 및 성과를 발표해야 한다. 보통 학회 발표의 목적은 청중들에게 논문의 전체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발표된 논문에 흥미를 갖고 읽게 만드는 것이다. 즉 논문 및 저자에 대해 알리는 일종의 광고시간으로 질문 및 토론은 필수다. 발표자는 인지도 몇 명성그리고 인용수을, 질문자는 논문만 읽어서는 알기 어려운 정보를 저자로부터 직접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글의 기존 버전에는 학회 논문은 완성된 버전이 아니고 심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는 것처럼 서술되어 있었지만 이것은 분야마다 천차만별이다. 엄격한 double blind review를 통해 논문을 심사하고 10%~20% 이하의 채택율을 보이는 학회도 많다. 저자에게 논문 심사 결과를 보내준 후 그 결과에 반박할 수 있는 기간(rebuttal period)을 따로 주는 경우도 있다.희망고문

학회(Conference)와 학술지(Journal)의 위상은 보통 분야마다 다르다. 전산학처럼 변화가 빠른 분야의 경우 출판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학술지보다는 학회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논문의 질도 학회 쪽이 훨씬 높은 편이다. 이 경우는 저널은 학회에 채택되었던 논문을 확장해서 내거나 대학원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컴퓨터 구조(Computer architecture) 분야의 경우 ISCA, MICRO, HPCA, ASPLOS 등의 탑티어 학회를 최고로 치며 저널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간주된다.

3.3. 학술지 논문

각 학술지에 투고하여 학계에 알리는 논문이다. 보통 교수나 대학원생들이 논문을 썼다고 하면 이러한 학술지 논문을 작성했다는 의미이다. 학계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학위 논문 외에 일정 편수 이상의 학술지 논문을 쓸 것을 요구받는다.

국내 학술지의 경우 크게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지와 등재후보지로 구분된다. 연구자들에게 있어 등재지와 등재후보지의 차이는 굉장히 큰 편.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등재지의 심사가 훨씬 더 까다롭고 그만큼 논문 성과로 인정받기도 쉽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지간한 연구자들은 KCI 등재지에 투고하려 하지 일부러 KCI 등재후보지에 투고하려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편이다.

대부분의 국내 학술지 논문은 RISS나 DBpia 같은 논문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학위 논문과 달리 유료로 제공되는 논문이 많다. 그렇지만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 등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도서관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 돈 주고 학술지 논문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편. 심지어는 대학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도 굳이 학술지 논문을 유료로 읽을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학술지 논문들은 그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회의 웹사이트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논문을 검색할 때만 RISS나 DBpia를 이용하고, 다운로드는 학회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4. 각 입장별 논문의 의미

4.1. 4년제 대학 학부생

요즘에는 학사 학위 논문을 졸업시험이나 자격증 취득으로 대체하는 학과들이 많기 때문에, 논문 한 편 쓰지 않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이건 인서울이나 지거국이라 불리는 학교나 지방 하위권 대학이나 마찬가지. 대부분의 예를 들어보자면

  •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방사선학과, 치위생학과 등 의료-보건계열 : 국시면허/자격으로 대체. (사실상 100%. 이쪽 계열 학과생들은 졸업논문이라는 개념을 어색하는 경우가 잦다.다만 그래도 졸업시험 정도는 보는 학교가 많다)
  • 건축공학 : 졸업설계라 하여 임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으로 논문을 대체하기도 한다.
  • 예체능 계열 : 대부분 졸업작품이나 졸업연주로 대체한다. 일부에선 졸업 프로젝트의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기도 한다.
  • 인문과학계열/사회과학계열/사범계열 : 일정 수준 이상의 해당 전공 자격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 IT관련학과 : 기사 등급 이상(주로 정보처리기사), 혹은 국제 수준의 자격증 취득으로 대체(Oracle, Cisco 자격증)

하지만 어느 학교나 졸업하는 데 뭔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게 논문이냐 프로젝트냐 그 외의 무언가냐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그리고 앞에서 말한 계열 재학생들도 졸업시험 정도는 보는 경우가 상당수.

학부생 수준에서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할 능력이 있지만,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졸업논문은 대강대강 형식만 맞추어 제출하는 편이다. 이렇게 대충 제출하더라도 최소한의 성의 정도는 보여야 한다. 짜집기 따위를 해서는 안된다. 또한 대학에 따라 의무적으로 졸업논문을 지도교수에게 지도/검사받아야 하는 횟수를 정해놓는 곳도 있다. 못 채우면? 졸업논문 발표일 멀쩡하게 발표해 놓고도 졸업이 유예되거나, 최악에는 졸업논문 발표일날 발표도 못하고 빈 자리만 채우면서 다른 학생들이 발표하는 것만 멀뚱멀뚱 바라보며 속으로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한다.

논문 짜집기나 유료 레포트 판매 사이트에서 산 논문을 그대로 제출하면 지도 교수 심사 절차가 아예 없거나 지도 교수가 일부러 넘어가주지 않는 이상은 거의 100% 걸린다. 아무리 무능한 교수라 해도 조금만 꼼꼼하게 읽어본다면 학부생 수준에서의 표절을 잡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 Ctrl+C Ctrl+V한 걸 수정하지도 않고 그대로 내는 바람에 부분마다 폰트가 다르다던가, 갑자기 문체가 달라진다던가 해버리면 모르기도 어렵다. 보통은 알면서도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심사자가 원칙주의자인 경우에는 굉장히 심각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졸업 유예되는 건 기본이요, 최악의 경우 논문 재심사 동안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빡세게 교수의 특별검사에 면박과 갈굼까지 받으며 사는 경우도 있다. 졸업 시즌마다 '에이, 논문이 수백 편이 넘는데 어떻게 다 알겠어?' 하는 생각으로 했다가 피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막말로 교수들 먹고사는 일이 바로 그 수백 편이 넘는 논문을 읽고 쓰고 연구하는 것인데, 프로 앞에서 어설프게 야바위쳤다가 후배의 졸업을 축하하는 선배가 되지 말자.

논문의 작성을 도와주는 논문대행업체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논문의 작성을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액을 받고 불법으로 대필을 해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골칫거리.#

4.2. 교수

교수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교수는 논문으로 말한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따라서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 교수는 연구업적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학계에서 존경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교수는 학교에서 임용할 때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업적을 낼 것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일단 교수가 됐다면 좋든 싫든 매년 최소한 두세 편은 논문을 써야 한다. 종신 임용을 보장받지 못한 교수들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한 해 십여 편의 논문을 생산해내기도 한다. 이런 가혹한 스케줄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만이 교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고등교육 선진국에서는 교수를 처음 채용할 때 종신임용권을 주지 않고 몇 년만 고용한 뒤에 연구 성과를 봐서 평생 데리고 있을지 아닐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젊은 교수들이 죽어라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름하여 Publish or Perish. 논문을 내든가 말라죽든가. 그만큼 자신의 지도 학생들에게도 기대가 크고 요구 사항이 많기 때문에 젊은 교수 아래에 있는 학생들은 고달픈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고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젊은 교수를 찾아 지원하는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왜냐하면 자기 이름으로 된 좋은 논문을 많이 낼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도 하고,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그 교수의 연구 분야에서만큼은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아주 최근까지 먹고 대학생 못지않게 먹고 교수들이 많았다. 일단 박사를 딸 때까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한국 대학에서 임용만 받으면 자동으로 정년보장이 되었기 때문에 연구를 열심히 할 유인이 없었기도 했고, 일부 계열에서는 대학원생을 논문 셔틀이나 마찬가지로 부려먹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년을 그냥 주지 않고 미국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좋은 연구를 많이 한 교수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많이 생겨난 편이다. 그래도 대학원생의 지위가 시궁창이긴 하다만...

참고로 글 쓰는 분야가 대개 그렇듯이, 교수들끼리 격식을 갖추어 교류할 경우, 자신의 논문을 "졸고"(拙稿)로 겸손하게 부르고, 타인의 논문을 "옥고"(玉稿)라고 높여 부르기도 한다.

4.3. 한국 정치인

국회의원들과 같은 선출직이 아닌, 장관과 같은 임명직에게는 쓰면 쓸수록 폭탄맞는 위험한 것.

요즘은 그나마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하지만 과거 학계에는 대학원생이 지도 교수의 논문을 대필하는 것이나 아예 제자의 논문을 지도교수와 공동 명의로 발표하는 경우가 꽤 흔했다. 근래 들어 장관 청문회에서 교수 경력을 가진 후보자의 논문을 털어보면 논문 표절이나 대필시킨 의혹들이 대부분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에 하도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요즘에 와선 교수 출신이 장관 후보자에 오르면 일단 논문부터 털고 본다. 교수가 정계에 관심이 있다면 논문을 한 편도 안 쓰는 게 정치이력에는 더 도움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4.4. 고양이

심지어 고양이도 논문을 쓰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고양이가 직접 쓴건 아니고, 주인이자 물리학자 Jack H. Hetherington가 저온 물리학 논문을 썼는데, 논문을 혼자써서 I로 적어야 하는데 We라고 적어서 고치기도 귀찮고해서 자기가 키우던 고양이 F.D.C. 월러드를 공동저자로 써낸 것. 그리고 주인은 이 짓을 몇차례 더 했다. 이게 밝혀지게 된건 어느 사람이 저 주인 연구실에 찾아갔다 주인은 부재라 공동저자인 F.D.C. 월러드를 찾다가 밝혀지게 된 것.

willard.png
[PNG 그림 (Unknown)]

윌러드의 서명.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윌러드는 1975년생으로 고양이였다.

5. 대학원생

만일 대학원에 진학해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더 할 생각이 있다면, 그 때부터 논문은 그냥 일상과 동의어가 된다. 일단 선배 학자들이 쓴 논문을 부지런히 읽어야 하며(정말 훌륭한 학자가 될 생각이 있다면 그야말로 미친듯이 읽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 훌륭한 논문을 쓰는 것이 모든 대학원생의 최대 과제가 된다. 그래서 대학원생이나 연구자에게 최고의 덕담은 "좋은 논문 쓰세요."와 "좋은 연구 하세요."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논문을 찾는 능력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논문을 하나 읽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그 논문에서 인용한 다른 논문이 필요할 것 같으면 또 찾아 들어가서 읽고, 그 논문에서 또 다른 논문으로 들어가고... 한 마디로 끝없이 읽어야 하며, 이렇게 자신이 직접 찾아 읽을 줄 모르면 좋은 연구를 하기 어렵다. 연구를 오래 해온 노련한 사람일수록 논문 서치 능력도 뛰어나며, 이런 것은 빨리 터득할 수록 유리하다.

"논문"했을 때 아무래도 문과 및 이과는 그 의미가 많이 다르므로, 여기서는 나누어 서술한다. 과학교육 분야는 양쪽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논문이 많은 듯하다.

5.1. 문과

문과의 경우 석사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무조건 좋은 학위논문을 써서 연구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이과의 대부분처럼 실험과정을 거쳐 연구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가설의 아이디어와 탁월한 가설검증 방식으로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논문을 쓰려고 한다면 과정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논문을 최종적으로 제출하는 그 날까지 머리 빠지게 고민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또 문과의 경우 아무래도 연륜이 좀 필요하다보니, 이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구경력이 짧은) 연구자가 낼 수 있는 성과의 수준이 높지 않다. 이과 쪽에선 연구 결과가 곧 논문이 되지만, 문과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1차 자료+기존의 연구결과를 자신이 소화하여 자신만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과정은 사람에 따라 길든짧든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이 모자라면 아예 논문을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은 일단 학위논문이라도 제대로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위논문 이외의 다른 논문을 최고수준의 저널에서 publish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예컨대 한국의 석사과정 대학원생이 SSCI[4]급 논문을 썼다면 전공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그는 당장 하버드나 프린스턴, MIT에 갈 수 있다. 물론 정말 공부를 학부 때부터 눈에 띄게 잘 해서 이미 경지에 오른 원생들(한 학년에 1~2명 정도 있다)은 대학원 재학 중에도 좋은 논문을 써서 자질을 인정받기도 하고, 교수와 공동연구를 해서 제2저자나 제3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문과의 논문작성을 괴롭히는 요소는 보통 첫째도 글쓰기, 둘째도 글쓰기, 셋째는 외국어 실력이다. 수식이나 그래프, 통계자료 등이 중요하고 핵심내용만 명확하다면 논문의 분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과에 비해 글쓰기 자체의 중요성이 더 높고, 외국어로 글을 쓸 때도 표현의 다양성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른 경우에도 그걸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벌써 지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과는 그래도 학계에서 논리적으로 응답이 오는 편이지만 문과에서는 말 그대로 마음에 안 든다고[5] 짤릴수도 있다. 전설적인 이야기로는 제목만 보고 논문이 거절당한다든가, 혹은 듣보잡이라고 거절한다든가하는 이야기가 많이 내려져 온다, 심할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쓴 논문이라고 거절한다는 말도 돈다. 물론 문과에 특성상 랩에서 실험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자료/다른 연구결과를 기초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게 문과 졸업논문인지라 이과에 비해서 논문을 편찬할때 드는 비용 자체는 훨씬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근거가 부족하다든지 표현이 틀렸다던지 등의 이유로 거부당하면 논문 쓴 사람 기분은 더욱 상하게 한다.

예외적으로 이과에서도 수학과 이론물리학 등 사고(思考) 과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과학문의 경우 이것과 비슷하다. 물론 서술과 notation을 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5.2. 이과

최소 1명~3명의 연구자로도 연구가 가능한 문과에 비해 실험이 필요한 이과는 교수부터 말단 석사 1년차까지 최소한 여러 명의 연구자가 요구되므로, 이과 대학원생이 자신의 이름이 내걸린 논문을 출판하는 것은 문과보다는 쉬운 편이다. 그래서 서울대학교카이스트의 경우 많은 학과가 박사학위 취득의 요건으로 SCI급 논문을 제 1저자로 몇 편 이상 쓸 것을 요구한다.[6]

문과에 비해 작문 스트레스보다 아이디어 도출 및 실험 설계와 자료 정리가 문제다. 특히 실험 자연과학이나 공학 쪽은 논문을 “쓰는” 과정은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니다 싶을 정도로 그 결과를 내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글쓰는 건 쉽냐고 하면 글쎄요... 게다가 외국 저널에 실어야 하니 보통 영어라 쓰다보면 정말 글쎄요 나보고 시간 일주일 주고 초안 써오라 하면 정말 그그그글쎄요

그리고 이쪽은 단계적인 가설검정과 초기조건을 변경한 응용 성격이 강한 실험도 나름대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문과에 비해서는 논문의 양이 많은 편이고, “남보다 먼저 발표하는 것”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심한 경우는 몇 개 대학의 연구실이 서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경주하듯이 경쟁적으로 속도전을 펼치기도 한다.[7] 그리고 이 속도전의 무서움은, 속칭 스쿱scoop으로 표현된다.[8] 주제 하나 잡고 죽어라 실험해서 좋은 저널에 보내고 마이너 리비전[9] 온 거 깔짝깔짝 고치고 있는데 같은 주제의 논문이 게재 완료되었다고 검색창에 뜨기라도 하면... 남이 한 거 따라한 건 거의 대부분 인정 안해주기 때문에, 그동안의 고생은 없었던 일로 치고 다른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10년은 과하지만 보통 1~2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되는 일은 다반사. 남들 좋아하는 '뜨거운' 분야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10] 이런 장면을 그나마 잘 묘사한 물건로는 동물의사 Dr.스쿠르가 있다.

여담이지만 이런 식으로 스쿱 당하는 사태가 터질 경우 그 연구실 분위기는 한마디로 초상집 분위기가 된다. 스쿱 당한 연구를 해 오던 그 당사자와 교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해서 행동해야 할 정도. 단, 일부 개념없는 교수들의 경우 스쿱을 당한 직후 해당 학생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안 그래도 안 좋은 분위기를 더 험악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무개념 교수가 해 오던 연구 주제에 대해 누군가가 한 발 앞서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사실을 안 그 무개념 교수는 해당 학생을 불러 무려 1시간이 넘게 온갖 인격적인 모독을 해 가며 마치 그 학생 때문에 자신의 연구 인생이 끝나버린 것처럼 소리를 박박 질러댔다. 단지 교수가 하라는대로 열심히 연구했을 뿐인 그 학생은 안 그래도 스쿱 당한게 속상한데 1시간 넘게 계속된 모욕과 죄인 취급에 극도로 분노하여 그날로 짐을 싸고 "당신 같은 사람을 지도 교수라고 불렀던 내 자신이 한심하다. 당신 같은 사람과는 같은 분야에 있기조차 싫으니 연구를 하든 국을 끓여먹든 당신 마음대로 해라."고 대놓고 선언한 후 대학원을 자퇴해 버렸다. 그리고 그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서 결국 교수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위의 예는 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오로지 논문을 위해 학생의 인격 같은건 무시하고 일만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하며 사제지간의 신뢰와 정 같은것은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철저하게 사무적인 사제 지간이 되는 씁쓸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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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일반적인 논문은 thesis, 학위논문을 비롯하여 뭔가의 조건으로 논문을 써서 청구한다는 개념이 들어갈 경우 dissertation, 대학에서 편한 말로 쓰는 단어는 paper이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 대학에서 쓰는 모든 것들을 일단 Research Paper 라고 하며 이것도 논문이긴 한데, 흔히 한국에서 말하는 레포트가 이것들이고, 이 항목에서 설명하는 진짜 빡센 논문들은 Thesis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귀찮아서 그런거 없고 뭔가 글을 적당히 학문적으로 쓴다하면 그냥 '무슨무슨 paper' 식으로 퉁친다.
  • [2] 논문을 안 써 본 사람의 거의 대부분의 반응은 뭐 그냥 쓰면 되는 거라지만 그냥 대충 막 쓰는 게 절대 아니다. 당장 양식이나 규격 맞추는 것도 일이다. 또한 이전의 논문을 적었던 사람과는 반대로 최근에는 높으신 분들의 논문 표절 문제로 굉장히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표절참조.
  • [3] 다만 주장보다 주석을 확인해야 한다고 '그럼 내 주장은 대충 쓰고 참고 문헌만 꼼꼼이 달아도 되나효?' 하고 물을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일단 '논문' 이라는 말 자체가 '무엇무엇을 논하는 글' 이라는 뜻이고, 대학생이 쓰는 일반 레포트와 논문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그냥 자료를 스크랩해서 정리한 거냐, 자신의 주장이 분명히 드러나 있느냐' 하는 것. 물론 주석을 제대로 달았나는 중요한 문제지만, 이전 버전처럼 '자신의 주장은 양념 수준' 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걸 집을 짓는 것이라고 한다면 출처를 밝히고 주석을 다는 건 주춧돌을 놓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당연히 주춧돌을 잘못 놓으면 집이 이게 뭐냐고 털리는 것이고.
  • [4] 사회과학의 SCI라고 보면 된다.
  • [5] 전문 용어로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등의 이유를 댄다. 다만 논문이란 것 자체가 형식과 표현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대놓고 검사자 마음에 안 든다고 자르는 건 아니다. 때문에 이런 부분이 특히 중요한 철학과의 경우 정규 논문 검사나 학과의 논문 작성수업과는 별개로 교수가 자기 수업시간 중 일부를 학과의 정규 수업보다 더 깊이있는 논문작성수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수업을 듣게 된다면 당장은 빡셀지 몰라도 운이 좋다 생각하고 잘 듣도록 하자. 졸업논문 쓸 때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 [6] SCI급 논문에 제 1저자로 논문을 쓰는 과정은 정말로 안습하다. 이것은 당장 국내 저널들의 인지도와 위신이 듣보잡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 어쩔 수가 없다. 국내 각 분야의 메이저 저널도 대다수는 SCIE급으로 SCI급은 정말 드물다. 그러니 SCI 수준이 되는 논문이라해도 SCI급 저널들을 통해 출판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좀 비현실적인 요구사항이라고 보는 경우, 학교마다 다르지만 SCIE급 두개나 세개를 SCI 하나로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외국저널에 기재토록 하자. 물론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 [7] 그래서 당직을 굴리는 랩실이 존재하기도 한다.
  • [8] 먼저 먹는 놈이 임자란 소리다.
  • [9] 논문을 보냈을 때 오는 반응 중 하나. 잘 쓴 논문은 바로 "게재 수락Accept"되고, 좀 고쳤음 좋겠다 싶을 때 "수정 요청revision"이 온다. 오타 고치라거나 이런이런 논문도 언급하면 좋겠다, 이 그림 설명이 조금 부족하니 더 써달라 등 시시한 일에 대한 것은 마이너 리비전이다. 그림 등등 자료를 더 넣어야 설명이 될 거 같다거나(자료를 더 넣으란 소리는 곧, 실험을 한 판 새로 짜란 이야기다.), 당신과는 다른 소리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설득하겠는가(이건 싸우자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도리어 큰 기회로 여겨지기도 한다. 말그대로 이기면 경쟁상대를 완전히 눌러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는게 가능해질수 있기 때문에 순순히 응하기도 한다.) 등등의 영 좋지 않은 심각한 일은 메이저 리비전이다. 그리고 님 죄송은 "게재 거부Reject". 리젝당하는 것도 종류들이 있다. 리비전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파워게임에 밀리는 리젝도 있고 저널 에디터가 딱 보곤 이런 쓰레기 하면서 던져버리는 리젝도 있다.
  • [10] 그렇다고 안뜨거운 분야 논문쓰기가 쉽냐면 또 아니다. 이런 분야는 '이미 남이 다 해놨거나', '문제 자체가 너무 어려운'경우다. 사람들이 안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들 그걸 졸업논문 쓸 때 쯤 되서야 겨우 깨닫는다는게 함정이지만. 하지만 '안 뜨거운' 분야가 더 논문 쓰기 유용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주로 석사급에서 학위논문으로 발표된 논문의 부족한 점을 다루거나 교차 검증을 목표로 논문을 쓰는 경우다. 과학이라는게 어느 분야든 한번 실험, 한번 연구로 "야 이거 진리다" 할 수 없기에 수많은 재실험이 필요한데 이럴 때 학부생이나 석사급들이 갈려나가는 것.